우리는 불안하지 않은 학교를 만들어가는 [고성'ㅈ'고교] 경남 A교사 불법촬영 사건 대응모임입니다.
2020년 7월, 사건을 알게 된 후 졸업생과 재학생들이 모여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내왔습니다. 기자회견, 재판 방청 및 탄원서 제출, 피해자 상담 지원 연결, … 우리는 당사자이면서, 또 당사자들에게 지금 무엇이 필요한지 잘 아는 전문가로서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2021년 4월, 가해교사는 2년 6개월의 징역을 확정받았습니다. 교육청과 법원의 결정과 대처 뒤에는 이번 사건에 대해 앞장서서 목소리 낸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교내 불법촬영 그 후 우리의 이야기, <프로젝트 '똑'>
대응모임의 활동 과정도 순탄치는 않았습니다. 구성원 각자가 생업과 학업을 병행하는 가운데 재판 대응은 길어졌고, 하나 둘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재판이 일단락되는 시점에 즈음해, 불법촬영이라는 문제를 맞닥뜨리게 될 사람들에게 우리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해보자고 결정했습니다.
(...) 어느 곳보다 안심할 수 있어야 할 ‘학교’라는 공간에서의 배신감과 당혹감은 말로 설명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그때마다 저희는 뭐라도 붙잡는 심정으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만한 모든 사람에게 연락하고 끊임없이 정보를 찾아보았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오히려 학교 내 불법촬영에 관해 고민한 흔적조차 없는 몇몇 자료들은 원망스럽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맨땅에 헤딩하며 얻은 정보들을 모아 포스터를 만들어 경상남도 내의 초.중.고등학교에 무료로 배포하자고, 그리고 온라인 매뉴얼을 만들어 누구나 교내 불법촬영 대응 방법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자고 말입니다. (...)
<프로젝트 '똑'> 텀블벅 프로젝트 가운데
우리는 이번 사건이 일어나선 안 될 끔찍한 일이었지... 라며 이해되고 잊혀지는 것에 반대합니다.
우리는 <프로젝트 '똑'>을 통해 언제든 우리 주변에서 일어날 수 있는 성폭력 문제에 대해 함께 고민하자 제안합니다. <프로젝트 '똑'>의 매뉴얼은 이런 고민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
대응모임이 찾고 고민했던 디지털성폭력과 그 대응에 대한 질문들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기존에 나와 있는 매뉴얼을 살펴 필요한 주제를 요약하고, 정리했습니다.
2.
기존 매뉴얼들은 대부분 직장 내 성폭력이나 지인에 의한 성폭력을 중심으로 작성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학교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이루어진 성/폭력 문제의 해결과, 학교 안에서 평등한 문화를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에 대한 구성원들의 고민을 담았습니다.
3.
대응하기로 결심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담았습니다. 기자회견과 준비 방법과 재판 대응 등 우리가 사용했던 방법들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리했습니다.
부족하고 어설픈 내용이지만 우리가 건너온 시간들이 또 누군가의 용기가 될 것이라 믿으며,
<프로젝트 '똑'> 매뉴얼을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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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응모임 활동 돌아보기
2020년 7월, 시작하면서
2020년 7월 초, 우리는 김해 A고등학교에서 여자화장실에 카메라를 설치했다가 발각된 교사가 우리가 다니거나 졸업한 고성'ㅈ'고등학교에서 근무했던 교사라는 걸 알았습니다.
며칠 사이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재학생과 졸업생이 모여 당사자들의 요구가 필요하다고 공감했고, 온라인으로 수차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일주일 남짓한 시간에 아래의 일들을 급하게 처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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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과 연서명 모집 계획 수립과 실무 분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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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을 통해 요구할 내용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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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실무 진행 방안
목표와 요구
우리는 2020년 7월부터 지금까지, '무기력하고 고통받는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넘어, 변화와 해결을 요구하는 당사자의 정체성으로 활동을 지속해왔습니다. 7월 20일 고성'ㅈ'고교 대응모임 이름으로 연 기자회견은 그 시작이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요구했습니다.
첫째, 피해 범위를 정확히 확인하고, 피해에 대한 불안으로 지원을 요구하는 사람들에게 익명성과 안전이 보장되는 방식으로 법률/의료지원을 진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둘째, 재학 중인 학생들의 불안이 커진 상황입니다. 사건 처리 과정과 교육청의 대응 계획에 대한 공유를 즉시 진행해 주십시오. 또한 교육청이 주도하여 고성 ‘ㅈ’고교, ‘ㄴ’시 청소년수련원, 김해 ‘ㄱ’고교에서 피해를 호소하는 학생 및 교직원을 파악하고 필요한 상담 지원을 진행할 것을 요구합니다.
셋째, 가해 교사 A를 즉시 파면 징계할 것을 요구합니다.
넷째, 경찰 수사 결과에 따른다는 말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디지털성범죄에 대한 경남교육청 자체의 양형기준을 마련하고 가해자를 징계할 것을 요구합니다,
다섯째, 교내 인력이 아닌 지역 경찰서나 외부 전문 기관과 협약하여, 의무적으로 연 2회 이상 불법 카메라 불시 검문을 진행하고 결과를 공유할 것을 요구합니다.
여섯째, 전문가가 진행하는 학교장, 교직원 대상 디지털성범죄 방지 교육과 연수를 정례화∙의무화하여 경각심과 책임감을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을 요구합니다.
일곱째, 학생들을 대상으로 디지털성범죄 방지 교육을 진행하고, 그 교육에는 디지털성범죄를 비롯한 성범죄의 피해자 혹은 목격자가 됐을 때 대응할 수 있는 방법 및 의료적/법률적 지원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의 안내를 포함할 것을 요구합니다.
여덟째, 교육청 산하 디지털 전문지원단이 매우 부족한 현실을 인지하고, 도 교육청 내에 전문 기구를 신설하고 핫라인을 구축할 것을 요구합니다.
- 2020년 7월 20일, (기자회견문) "우리는 불안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경남교육청은 불법촬영 A교사를 엄벌하고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라! 가운데
대응을 이어간 방법들
대응모임은 아래의 방법으로 활동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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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장 면담, 교육청 담당자 면담 등을 통한 실질적 대응책 마련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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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모니터링, 탄원서 제출, 양형증인으로 증언 등을 통한 가해자 엄벌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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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 채널을 통해 재학생/졸업생들에게 사건 진행상황 공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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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움을 필요로 하는 피해자들에게 전국의 성폭력상담소를 통한 상담 및 지원 연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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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대응, 인터뷰, 텀블벅 프로젝트 등을 통해 디지털성폭력 문제에 대한 문제의식 환기
한계와 소회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기자회견에서 요구할 사항을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우리는 디지털성폭력 문제의 전문가가 아닌데다, 학교 내 디지털성폭력 문제를 예방하고, 사후 대처하는 마땅한 법제도적 대안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요구하는 내용이 구체적이고 옳은 것만이 중요한 것은 아닙니다. 당사자의 목소리로 문제의 해결을 촉구하고 그 해결의 방법을 찾는 과정은 사회적 의미가 컸고, 피해자인 우리에게도 '무력한 피해자'라는 틀을 넘어서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협력과 연대
혼자서는 힘들 때, 함께 해준 분들이 계셨습니다. 먼저 지역의 성폭력 사건 재판 모니터링을 진행해왔던 여성단체, 인권단체와 협력하여 재판 모니터링을 계속했습니다. 경남교육청이 그동안 성폭력 문제에 대처해온 방식의 문제점을 잘 알고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는 단체들과 함께 교육청 면담을 진행했고, 더 나은 답변을 이끌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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